충북대학교병원 김희경 교수
충북대학교병원 김희경 교수

의사에게도 생소한 ‘희귀암 중의 희귀암’이 있다. 바로 ‘지방육종’이다. 지방육종은 전체 암의 1% 이하를 차지하는 연부조직육종의 한 아형이다. 2020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육종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368명으로, 지방육종은 육종 중에서도 약 10~20% 정도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한 해 동안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가 손에 꼽힐 정도다.

지방육종은 신체 부위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종양의 크기가 커질 때까지 통증 등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환자가 다수다. 지방육종이 다른 장기로 전이될 경우 환자 생존율은 약 5~10년으로 예후가 상당히 나쁜 편이며, 전이 부위가 클수록 절단하는 신체 부위가 많아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지방육종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치료법은 종양 조직의 완전한 수술적 절제다. 수술 치료 후 방사선치료 또는 항암화학요법과의 병행을 통해 국소 재발율이나 원격 전이율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지방육종은 희귀암인 만큼 사용 가능한 치료옵션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치료 경험이 있는 전문의를 통해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환자 개개인에 적합한 항암화학치료제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항암화학치료제 선택 시 생존기간 연장 효과와 함께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환자 삶의 질 유지’다. 지방육종은 환자가 한창 사회생활을 할 시기인 25~45세의 젊은 나이에서 호발한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이러한 젊은 지방육종 환자들이 항암화학치료를 받으면서, 가능한 기존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행히 지방육종에도 환자 생존기간을 연장하면서 환자 삶의 질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치료제들이 일부 존재한다. 일례로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전이성 지방육종 치료에 카테고리1으로 권고하는 에리불린(제품명: 할라벤)이 있다. 에리불린은 부작용 위험은 덜하면서 치료효과가 유지되는 단일요법 치료제다. 입원 없이 2~5분의 짧은 투약으로 치료가 가능한데, 실제로 젊은 지방육종 환자들이 에리불린 치료로 직장 등 사회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지방육종으로 진단받는 많은 환자들이 희귀암이라는 사실에 좌절하고는 한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전문의와의 면밀한 상담 및 적절한 치료 시행을 통해 환자들이 기존의 삶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지방육종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질환과 환자 특성을 고려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좋은 치료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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