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다발골수종 1차 치료 시 RVD(레날리도마이드+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요법에 대한 보험급여가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통과한 가운데, 지난 11월 5일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RVD 요법 등 다발골수종 치료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다발골수종연구회 세션에서는 ‘Recent progress in multiple myeloma (최근 다발골수종에서의 진보)’를 주제로 다발골수종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이 논의됐다. 특히 영남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민경 교수는 ‘Triplet and quadruplet therapies for newly diagnosed multiple myeloma (새로 진단된 다발골수종에 대한 3제 및 4제 요법)’을 주제의 강의를 통해 다발골수종 1차 치료 시 RVD 요법 등을 소개했다.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수 증가 추세...사회경제적 부담 우려

국내에서 다발골수종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다발골수종(질병코드: C90, 다발골수종 및 악성 형질세포신생물 기준)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2015년 6,048명에서 2020년 8,929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5년간 약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에 발표된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다발골수종 발생자수는 1,719명으로 2013년 1,350명 대비 약 27% 증가했다.

다발골수종은 완치가 어렵고 대부분의 환자에서 재발하며, 반복적인 재발에 따른 치료 차수가 증가할수록 치료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럽 다발골수종 환자 4,997명에 대한 진료 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리얼월드 연구에 따르면, 1차 치료기간은 12개월(유도요법+유지요법)이었으며 이후 10개월의 치료 휴지 기간(treatment-free interval)을 보였다. 하지만 치료 차수가 높아질수록 치료기간과 휴지기간이 감소해 4차 치료 종료 후 5차 치료 시작 전까지의 치료 휴지 기간이 1개월, 5차 치료 기간은 4개월에 그쳤다. 반응의 깊이(depth of response) 역시 마찬가지로, 1차 치료 시 74%의 환자에서 아주 좋은 부분 반응(very good partial response, 이하 VGPR)이 나타난 반면 5차 치료 이상에서는 오직 11%만 나타났다. 독성 및 동반질환 역시 치료 차수가 높아질수록 증가했으며 더 많은 치료 중단을 야기하는 경향을 보였다.

같은 연구에서 각 치료 단계별로 치료를 중단한 이유를 살펴보면 안정 질환/관해의 경우 1차 치료 55%에서 5차 치료 이상에서 13%로 치료 차수가 높아짐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진행성 질환으로 중단하는 경우는 1차 치료 10%에서 5차 치료 이상에서 51%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3차 치료 이상을 받은 비율은 전체 환자 중 3분의 1에 그쳤으며, 오직 소수(minority)만 4차 치료 이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RVD 요법, NCCN 및 EHA-ESMO 가이드라인에서 다발골수종 치료 1차로 권고

국내에서는 다발골수종 1차 치료 요법으로서 조혈모세포 이식 불가능 시 VMP(보르테조밉+멜파란+프레드니솔론)와 RD(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요법, 조혈모세포 이식 가능 시 VTD(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등이 표준 요법으로서 보험급여권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다발골수종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여전히 4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에 발표된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발골수종에 대한 치료를 시작할 때 RVD 요법 등 3제 병용요법을 표준 요법으로 권장하고 있다. RVD 요법을 다발골수종 치료 시 이식 가능·불가능한 경우 모두에서 가장 높은 권고 수준인 preferred regimen, 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한 2021년 EHA-ESMO 가이드라인에서도 RVD 요법을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가능/불가능 다발골수종 환자 모두에서 첫번째로 선택하는 요법(first option)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RVD 요법은 국내에 허가까지는 이뤄졌으나, 보험 급여권에는 여전히 제외되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는 RVD 요법에 대해 “RVD 요법은 미국 NCCN 가이드라인과 유럽 EHA-ESMO 가이드라인에서 다발골수종 1차 치료 시 권고되고 있어 국내 도입에 대한 의료현장의 기대가 크다”며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인정받아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되는 만큼, RVD 요법에 대한 보험급여가 도입된다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예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최근 국제 학계에서는 다발골수종 1차 치료 시 RVD 요법은 물론 면역치료제가 포함된 4제 요법까지 연구가 진행될 정도로 치료 트렌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반면 국내에서 RVD 요법은 아직 급여권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 환자들은 최신 치료 방침에서 소외되고 있다. 조속한 치료 접근성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RVD 요법, 다수 임상연구 통해 다발골수종 치료 효과 및 안전성 입증

RVD 요법은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새롭게 진단된 조혈모세포 이식 가능 및 불가능한 다발골수종 환자의 치료에 현재 표준 치료요법들 대비 우수한 효과와 내약성을 입증했다. 구체적으로 SWOG S0777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새롭게 진단받은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에서 RD 요법 대비 유의한 무진행생존기간 및 전체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새롭게 진단받은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를 위한 약제들의 상대적인 유효성을 평가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RVD 요법은 RD 요법 대비, RD 요법은 VMP 요법 대비 유의한 무진행생존기간 및 전체 생존기간 연장을 나타냈다.

더불어 RVD 요법은 새롭게 진단받은 이식이 가능한 환자에서 현재 표준 요법인 VTD 요법 대비 높은 반응률, 치료 경과에 따라 더 깊어지는 반응을 입증한 바 있다.

영남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민경 교수는 “현재까지의 임상연구들을 살펴보면 다발골수종 1차 치료는 3제 요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RVD요법이 가장 우수한 위험-이익 프로파일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향후에는 비용효과적인 측면에서의 치료 전략이 더욱 중요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RVD요법이 보다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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