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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진단 시점부터 약물 치료 시작해야"

기사승인 2021-06-14  00: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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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제1진료부원장 인터뷰

인지 기능의 후천적 저하로 인해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이 따르는 '치매'. 대표적인 노화 질환인 만큼,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국내에서의 환자 유병률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치매는 발견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부터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

그렇다면 치매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효율적인 치료법은 무엇일까.

본지는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제1진료부원장을 만나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치료의 중요성과 약물 치료의 효용성에 대해 들어봤다.

▲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제1진료부원장

Q: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는 어떠한 질환인가.

A: 치매는 나이 든 노인이 가장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병 중 하나로 꼽힌다. 치매는 정상인 상태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며, 경도인지장애란 정상과 치매의 중간 사이이자 즉 치매의 전 단계라고 보면 된다.

치매로 이행되기까지 정상-주관적인지장애-경도인지장애-치매 4단계로 나뉜다. 주관적인지장애 (subjective memory impairment, SMI)란 스스로 기억력 저하를 느끼나 실제 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는 스스로 기억력 저하를 느끼며 실제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나 치매에는 해당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주관적인지장애인 경우 단순 건망증으로 생각했으나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인지장애 환자 중 일부는 이상이 있어 경도인지장애로 진행되는 경우가 나타났다. 또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모두가 치매로 이행되는 것은 아니나 약 30%의 환자는 치매로 이행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6명 중 1명에서는 검사상 기억력 저하가 발견되며, 경도인지장애 발생률은 약 6~10%이다. 특히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는 치매 유병률이 꽤 높은 편인데,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65세 이상 인구 중에서는 약 1%만이 5년 내 치매가 발생한 반면,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65세 이상 인구 중 10~30%에서 치매로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으며, 국가적 차원에서 치매에 대해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60세 이상이 되면 연 1회 치매 선별 검사를 받아 주관적인 단계인지 병적인 증상인지 치매안심센터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치매 치료의 목표는 ‘완치’ 개념보다 ‘관리’에 가까운데, 어떤 시기에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A: 약물 치료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치매 진단 시 바로 약물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스스로 기억력 저하를 느끼는 주관적 기억 장애 증상이 나타나며, 인지기능 검사상 15%ile  이하로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기억 장애로 인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치매로 진단받는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경우 검사 결과의 경중이나 환자가 갖고 있는 치매 위험 요인에 따라 약물 치료를 했을 때 기억 장애의 진행을 일부 막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치료 전보다 호전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환자의 MRI 결과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고, 기억력 검사를 했을 때 여러 영역에서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에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라고 해도 치매로 이환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치매 치료는 현상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치매의 증상이 가벼운 단계에서 사용할수록 효과적이다. 치매 초기 단계에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초반에는 호전을 보이기도 하고, 증상의 진행을 약 6개월~3년 정도 늦출 수 있다.


Q: 치매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A: 치매 환자의 상태 및 치매 발병의 원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짧게는 3년부터 평균적으로는 10~15년에 걸쳐 질환이 서서히 진행된다. 의료진들이 치매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의 진행을 약 6개월~3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설명 드리면, 그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따라서 환자나 환자 가족분들께 설명해 드릴 때에는 치매 치료의 목표를 ‘현 상태를 내년에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비록 약물 치료를 통해 치매의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울지라도, 현재 시판 중인 치매 약물은 치매 중기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상 증상들을 조절하여 환자 본인과 부양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아울러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비약물 치료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약물 복용이나 주사 투여만을 치료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비약물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치매 환자의 경우 스스로 비약물 치료를 챙기기 어려우니 환자 가족들이 이 부분을 함께 챙겨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치매 케어를 위한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다. 가족 내에 치매 환자가 있다는 데에 여전히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환자가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시기를 늦추고, 가족들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약물 치료를 초기부터 시작하면 치료 효과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Q: 현재 시판 중인 치매 약물의 종류와 효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치매가 진행되면 기억력에 관여하는 신경 세포의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세포의 기능 자체가 떨어진다. 뇌 세포에는 기억력과 학습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아세틸콜린과 NMDA라는 성분이 있다. 현재 시판 중인 치매 치료제들은 이 둘을 타깃으로 한다.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의 경우, 아세틸콜린의 양을 늘리게끔 개발된 약물이며,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등이 있다. NMDA 수용체 길항제의 경우 NMDA 수용체의 기능을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해 개발된 약물이며, 메만틴이 있다.

알츠하이머가 질환으로 정립된 지 약 100년이 되었다. 1906년 독일의 알츠하이머라는 이름의 의사가 보고한 것이 처음이며 약 100년간 수없이 많은 연구를 통해 100가지가 넘는 약물을 연구해왔다. 그러나 병의 진행을 성공적으로 중단시키거나 병이 발생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현재 시판 중인 4가지의 치매 치료제도 진행을 늦추고 진행 중 발생하는 증상들을 조절하는 데에 그친다. 


Q: 최근 치매 치료제는 제형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다. 각각의 제형들에 대한 특징은 무엇인가.

A: 치매 치료제처럼 제형이 다양하게 출시된 경우는 많지 않다. 정제나 캡슐이 가장 일반적인 제형이고,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될수록 약을 삼키기 어려워하거나 복용하지 않으려는 환자분들이 계셔서 구강붕해정이나 구강용해필름이 개발됐다. 특히 도네페질의 제형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리바스티그민은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가 있다. 아세틸콜린을 높이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 계열의 경우 이상 반응으로 위장 장애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위장 장애가 발생하는 환자는 패치제를 시도해볼 수 있다. 그러나 패치제의 경우 장단이 있다. 기존에 복용하는 약제가 많지 않은 환자라면 복용 편의성에 도움이 되나, 보통 고령의 환자의 경우 혈압약이나 당뇨약 등 기타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 많기 때문에, 치매 치료제를 패치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환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복잡해지고 번거로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패치제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외에도 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은 시럽 형태로도 출시되어 있다.


Q: 치매의 경우 약물 치료와 함께 비약물 치료가 병행되고 있다. 비약물 치료의 효과는 무엇인가.

A: 치매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유전자 내에 치매 유발 유전자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치매가 발생하는 연령이나 치매 발생 이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 등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후천적인 요인은 비약물 치료의 도움을 받아 조절할 수 있다.

의료진들이 흔히 치매에는 ‘예쁜 치매’와 ‘미운 치매’가 있다고 한다. 똑같은 치매일지라도 본인이 망가지지 않고 가족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를 ‘예쁜 치매’라고 하는데, 장기간의 과정에 걸쳐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하면 예쁜 치매로 관리할 수 있다.

비약물 치료도 여러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뇌 기능 유지이다. 치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신경퇴행성 치매와 혈관성치매가 약 90%를 차지한다. 신경퇴행성 치매의 경우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지만, 혈관성치매의 경우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적절한 운동이다. 치매 환자에게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뇌는 1.3~1.4kg으로 전체 몸무게의 2%에 불과하나, 심박출량의 20%를 뇌를 위해 사용한다. 따라서 심박출량을 잘 유지하는 것이 뇌의 활동을 원활히 하는데 중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뇌의 전두엽 기능을 활성화하고, 전두엽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다른 뇌기능도 유지된다.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30%를 예방하거나 지연 가능하다.

셋째, 사회적 활동(social contact)이다. 환경적으로나 성격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치매 발생 위험이 높다. 따라서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인지재활치료가 있다.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더 빨리 악화되기 때문에, 기억 장애가 생기기 전부터 인지재활훈련 등을 통해 뇌를 자극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YouTube 영상이 활성화되면서 나이 든 노인들이 집에서 과거에 TV를 시청하듯이 YouTube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순히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굉장히 수동적이기 때문에, 치매가 걱정되시는 분들은 본인의 생활 패턴을 되돌아보시기를 권한다.


Q: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보다 고령화가 시작된 시기는 늦었지만 고령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때문에 치매가 굉장히 흔한 질환이 되었고, 이제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년 정도 접어든 분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한 비약물 치료를 시작하시기를 권한다. 

치매는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완치할 수 있는 특효약이 없는 질환이다 보니 생활습관 교정 등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라 사람들이 생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비약물 치료는 치매 전 단계에서 필요하다. 인지재활치료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퍼즐 맞추기나 일기 작성 등을 매일 하는 것 자체가 단기 기억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루에 20분 정도만 해도 좋다. 인지재활 치료는 병원이나 시설 방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병원이나 시설을 통해 요령을 배우고 가정에서 스스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치매안심센터를 적극 활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65세 이후에는 치매선별검사를 2년에 1번씩 받고, 이상이 있는 경우 연 1회 받아야 한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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