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정재훈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 정재훈 변호사

지난 2019년 의료기관을 중복개설한 경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은 후,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 아닌 다른 개별 행정법률 위반의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률적인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하면서 식품위생법상 사전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정신건강복지법의 시설 및 장비 기준을 위반한 경우, 특수의료장비의 설치·운영에 관한 의료법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있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무분별한 환수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다른 개별 행정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 응급의료법 위반에 대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을 하였으나, 이에 대해서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비교적 최근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고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응급의료법에 따라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해당 병원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른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위반하여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등을 상대로 응급처치 및 응급의료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가를 지급받아 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원고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환수처분을 하였고, 원고가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례이다.

먼저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 다른 개별 행정법률을 위반하여 요양급여를 제공하고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것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서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국민건강보험법과 다른 개별 행정법률의 입법 목적 및 규율대상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험법령상 보험급여기준의 내용과 취지 및 다른 개별 행정법률에 의한 제재수단 외에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까지 하여야 할 필요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받은 보험급여 비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① 국민건강보험법령상의 인력·시설 및 장비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적정한 요양급여를 제공하게 하려는 것이지, 지역응급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원수를 응급의료법령이 정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는 점, ② 응급의료수가기준은 응급의료관리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응급의료법 제2조 제5호에 의한 응급의료기관’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응급의료기관이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응급처치 등을 행한 경우에 한하여 응급의료관리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③ 응급의료법은 지정기준에 미달한 경우 시정명령, 재정지원 중단, 응급의료수가 차감 등의 제재를 예정하고 있는바, 이는 비록 응급처치 등을 행할 당시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을 모두 유지하지 못하였더라도 응급의료기관이 지급받은 응급의료관리료를 무조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부당이득으로 징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고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점, ④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급의료법에 따라 지정취소,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조치를 하는 외에 응급의료관리료를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보아 제재하여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설시하였다.

이처럼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 아닌 다른 개별 행정법률 위반의 경우에 있어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의 위법성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어느 정도 확고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무분별한 환수처분에 대한 분명한 제동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