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지난 9월 기준 아시아 최초로 비뇨의학과 로봇 수술 1만례를 달성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인 수치다.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과장인 최영득 교수를 만나 로봇수술의 전망 및 로봇수술의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전립선암을 비롯한 비뇨기계 질환 추세와 치료에 대해 들어보았다. 

 

로봇수술, 전립선암 종양 제거 및 기능 보전에 탁월

“로봇수술은 어느 수술에나 적용할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전립선암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의 경우 로봇수술이 환자나 의사에게 여러 이점이 있으므로 앞으로 개복수술은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전립선암 수술의 90%를 로봇수술로 시행하고 있다. 병원 전체 진료영역으로 구분해도 전립선암이 40%, 갑상선암이 30%, 이어 자궁근종 수술 및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수술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세브란스 병원의 로봇 수술은 2005년 5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로봇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도입 초기에는 전립선암 위주로 시행됐으나, 현재는 신장암과 요관암, 요관 및 방광 재건 수술과 소아 비뇨기 수술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구체적으로 전립선암 분야에서는 장기손상을 최소화하는 복강 외 접근법 술식이 4,000례에 도달했다. 이는 로봇 전립선 절제술 세계 최다 기록이다. 또한, 기존 방식과는 달리 전립선 뒤쪽으로 접근해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레찌우스 보존 전립선 절제술'은 독보적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브란스 비뇨의학과 전체 수술에서 전립선암이 60%, 신장암 30%, 방광암 등 기타에서 5~10%를 로봇수술로 시행하고 있다. 로봇수술에 전립선암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전립선은 골반 속에 묻혀 있어서 확대경과 얇은 로봇 팔을 통해 자세히 보면서 미세하게 수술할 수 있다”며, “또한 전립선암은 다른 암과 다르게 종양 제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기능, 요실금 등 부작용 없이 기능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미세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이 개복수술보다 유리하다”고 전했다.

 

‘개복수술 잘하는 우리나라가 로봇수술도 잘한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단일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수술용 로봇 10대와 트레이닝용 로봇 4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3000여 건에 가까운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특별히 아시아와 유럽에서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수술로봇(다빈치 S, SI, XI)이 모두 있는 곳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때문에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등지의 전문의들이 직접 교육을 받기 위해 온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소 늦게 시작했어도 현재 실력은 세계 탑”이라고 자부한다.

그렇다면 로봇수술을 가장 먼저 시작한 미국보다 15년이나 늦은 2005년에 시작한 세브란스병원이 어떻게 세계 2위, 아시아 1위라는 독보적인 수술 성적을 거두었을까.

이에 대해 “로봇수술을 잘 하려면 개복수술도 잘 해야 한다”며 “해부학을 잘 알아야 응용이 잘 되기 때문”이라는 최 교수. 실제 로봇수술 국내 도입 당시 미국에서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했지만, 우리나라는 개복수술을 많이 했었다. 이 때문에 2005년 당시 미국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리던 로봇수술을 최 교수가 90분 안에 끝내니 수술로봇 회사인 인튜이티이 관계자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최 교수는 로봇수술의 장점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한다. 하나는 환자에 대한 이점이다. 로봇 확대경을 통해 미세한 신경 등이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종양을 떼고 장기 기능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며 회복이 빠르다는 것. 또 하나는 같은 이유로 의사도 편리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수술로봇은 어떤 발전을 이뤘을까. 기본에서 획기적인 변화는 없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더 슬림해지고, 범위가 넓어지며 안전장치가 추가 되는 등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설명하는 최 교수. “미래에는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접목해 터치스크린으로 조작만으로 더 쉽고 정교하게 수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가 해부학 및 기계적으로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산 수술로봇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국내 제품을 임상 중인데 거의 8~90%까지는 미국 제품을 따라왔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따라하는 것과 경제성에만 만족하지 기존 제품을 한 단계 앞질러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립선암 지속 증가, 연령대 점점 낮아져

“10년 전에는 전립선암이 전체 남성암 순위에서 9위 정도였지만, 지금은 3~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성암 증가빈도로 보면 전립선암이 1위일 정도로 늘었죠. 특히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 많아지고 있어서 평소 건강한 전립선을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약 10년 후에는 선진국병인 전립선암과 대장암이 1, 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최 교수. 또한 과거와는 다르게 신장암, 방광암 등 비뇨기암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술 건수로도 이를 실감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전립선암의 경우 개복, 로봇을 합쳐서 1주일 3~4건 정도 수술을 했지만, 지금은 하루 6~7건씩 수술할 정도라고.

특히 전립선암은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70대 후반에서 많았지만, 지금은 60대 초중반에서 50대까지 내려오고 있다”며 “기존 ‘할아버지암’에서 ‘아버지암’으로 불린데 이어 지금은 ‘형님암’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젊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전립선 건강을 유지하는 식습관에 대해 된장, 콩, 두부, 야채를 많이 먹는 저(NO)콜레스테롤 다이어트를 유지하고 토마토를 많이 섭취하라고 권한다. 또 남성갱년기에 운동을 자주하면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전립선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 밖에 비뇨기 질환 중 최근 유병률이 늘어나고 있는 ‘과민성 방광’ 같은 배뇨장애도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고 방광이 꽉 찰 때까지 참았다 소변을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 최근에는 항콜린제 부작용을 줄인 베타미가나 셀레베타 같은 제네릭들도 나와 있어서 치료가 한 층 수월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약의 효과는 확실하지만, 약도 행동 요법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맹신하지 말고 행동 조절로도 힘든 경우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많은 수술을 시행하면서도 수술 케이스마다 배뇨 및 성기능 등 기능 보전을 고심하며 항상 수술에 임한다는 최 교수와 세브란스 비뇨의학과의 노력이 세계적 성적을 이룬 원동력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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