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내 약물 치료 분야에서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암종으로 꼽히는 폐암. EGFR이나 ALK 돌연변이 표적 치료제를 비롯해, 말기 환자에서도 완치를 노려볼 수 있는 면역항암제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치료 효과가 업그레이드 된 차세대 폐암 치료제들의 등장은 약제간 경쟁을 불가피하게 하는가 하면, 약물 치료 전략의 변화도 급물살을 타게 했다. 더욱이 최근 다양한 약물들의 병용요법을 통해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한 임상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터.

그렇다면 다수의 폐암 약제들 가운데 의료진들이 선호하는 약물은 무엇일까. 또 현재 연구 중인 약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본지는 다양한 폐암 약물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학술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종양내과 전문의 3인과 함께 '폐암 치료의 최신지견 및 전망'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참석자 >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강은주 교수(이하 ‘강’)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이하 ‘안’)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이하 ‘김’)
의료정보 김태완 기자(이하 ‘의’)

의: 최근 몇년 사이에 다양한 폐암 치료제들이 등장함에 따라 의료진마다 선호하는 약제들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에 진료 현장에서 폐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교수님들은 각각의 약제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① EGFR 돌연변이
② ALK 돌연변이
③ 면역항암제
④ 향후 폐암 치료 전략은?

좌측부터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강은주 교수,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
좌측부터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강은주 교수,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

의: ALK억제제 1차 치료제로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와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이 있다. 이 가운데 선호하는 약물은 무엇인가

안: 알레센자가 1차 치료제로 등장한 이후부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 잴코리는 사실상 처방 순위에서 밀린 상황이다. 알룬브릭은 아직 비급여지만 알레센자와 동등한 상황이 된다면, 두 약제 중 어떤 치료제를 선택할지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레센자는 잴코리보다 우월한 PFS를 기대하고 처방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직 환자 수가 많지 않기 떄문일 수 있지만, PFS의 큰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김: 저도 ALEX 데이터를 근거로 알레센자를 선호한다. 알레센자는 3상 임상에서의 생존율 중앙값이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 정도로 결과가 좋다. 그런데 알룬브릭의 ALTA 데이터와 알레센자의 ALEX 데이터를 살펴보면 1차 평가변수에 중요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LEX 연구는 임상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가 평가했고, ALTA 연구는 임상결과를 모르는 독립위원회가 평가했다. 이러한 차이는 상당히 크다. 두 개의 임상을 같은 기준으로 확인해 보니, ALTA에서 연구자가 평가한 결과와 ALEX에서 연구자가 평가한 결과값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결국 최종 평가 기준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고,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에도 유의해야 한다. 두 약물을 헤드투헤드로 비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의료진이 약제를 선택할 때에 적절한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제별 장단점을 파악해서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 현재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의료진들이 1차 약제로 알레센자를 선호하고 있다. 최근 알룬브릭이 허가를 받은 만큼 두 약제를 모두 경험해 봐야 할 것 같다. 알룬브릭이 폐렴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우선 약제들에 대한 경험이 쌓여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알룬브릭의 경우 폐렴이 허들로 작용했었는데 최근에는 이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서 일반적인 폐렴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알룬브릭으로 인한 폐렴은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호전된다는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에 알룬브릭 출시 초기에는 폐렴으로 인한 리스크가 처방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부작용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알레센자도 간수치가 오르는 등 여러 부작용들이 있고,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 4알씩을 먹는 불편함도 있다. 이에 반해 알룬브릭은 하루에 1알만 복용하면 되는 편리함이 있다. 또 알레센자와 달리 알룬브릭은 환자 삶의 질도 개선 시켜준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
가천대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

안: 최근 열린 ESMO2020에서 로라티닙의 ALK 1차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 결과도 발표됐다. 연구 결과 로라티닙은 잴코리 대비 1년 PFS rate을 39% 대 78%로 올리며 우월한 효과를 입증했다. 다만 알레센자, 알룬브릭, 로라티닙 모두 잴코리와 1차 치료 효과를 비교한 만큼 이들간의 우월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향후에도 세 약제들간 상호 비교 임상이 진행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1차 치료제에 대한 고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 부작용과 편의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ALK 억제제를 선택하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안: 환자의 생존율이 가장 우선이고, 그 다음이 부작용이다. 과거에는 2세대 약물들이 잴코리 대비 뇌전이 치료 효과가 좋다는 부분이 강점으로 작용했는데,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이 등장한 지금에는 두 약제 모두 뇌전이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면에서 어느 한 약제가 특별히 좋다고 꼽기 힘들다. 부작용 측면에서는 자이카디아라는 약물이 오심, 구토가 너무 심해 환자들이 너무 힘들어했다.

강: 항암제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생존율이 제일 중요하다. 다만 새로 나온 약제들은 뇌전이를 비롯한 치료의 유효성 측면에서 모두 효과적이기 떄문에 어느 약제가 더 좋다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부작용 측면에서는 자이카디아를 제외하고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 같다.

김: 저도 생존율을 가장 중요하게 꼽고 있다. ALK의 특성은 뇌전이가 많다는 점도 중요하다. 전체의 30% 이상이 뇌전이 환자이고, 나머지 환자들도 약물 치료를 받으면 30% 가량에서는 뇌전이가 추가로 발생한다. 알레센자와 알룬브릭 두 약제 모두 뇌전이에 효과적인 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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