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인 당뇨병환자의 혈당조절 목표

배경

당뇨병환자가 혈당조절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철저한 혈당조절을 통해 미세혈관합병증이나 대혈관 합병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기반을 둔다. 1990년대에 발표된 전향적 연구, Diabetes Control and Complication Trial (DCCT)와 UK Prospective Diabetes Study (UKPDS)를 통해 제1형과 제2형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혈당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00년대에는 당뇨병 유병기간이 비교적 긴 제2형 당뇨병환자에서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Action to Control Cardiovascular Risk in Diabetes (ACCORD), Action in Diabetes and Vascular Disease: Preterax and Diamicron MR Controlled Evaluation (ADVANCE)와 Veterans Affairs Diabetes Trial (VADT) 연구가 발표되었다.

혈당조절과 관련된 초기 연구는 당화혈색소가 아닌 공복혈당을 기준으로 철저한 관리를 평가하기도 하였지만 2000년대 이후의 연구에서는 당화혈색소를 기준으로 결정하였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상태를 모니터링할 때 혈당(자가혈당)을 보면서 참고하지만, 최종적으로 평가할 때는 당화혈색소를 기준으로 한다.

 

혈당조절과 미세혈관합병증

DCCT 연구는 제1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다기관 무작위배정임상연구를 통해 철저한 혈당조절이 당뇨병성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자 진행되었다[1]. 1983년부터 1989년까지 1,441명의 제1형 당뇨병환자가 등록되었고, 평균연령은 27세, 당뇨병 유병기간은 일차예방연구에서는 2.6년, 이차예방연구에서는 8.6년이었다. 대조군은 하루 1-2회의 인슐린 주사만으로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을 없애고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한 정도로 치료하였고, 철저한 혈당조절군은 하루 3회 이상 인슐린 주사로 식전혈당 70-120 mg/dL, 식후 혈당 180 mg/dL 미만으로, 당화혈색소는 매달 측정하면서 6.5% 미만이 되도록 하였다. 시작 시점의 당화혈색소는 8.8-9.0%였고, 평균 6.5년의 연구기간 동안 달성한 당화혈색소 수치는 대조군에서 9.0%, 철저한 혈당조절군에서 7.2%였다. 일차예방 코호트에서 철저한 혈당조절을 통해 망막병증이 76% 예방되었고, 이차예방 코호트에서 망막병증의 진행을 54%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혈당조절은 미세알부민뇨의 발생을 39% 감소시켰으며 현성 알부민뇨를 54% 감소시켰다. 또한 신경병증의 발생도 6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효과는 DCCT 연구의 후속 추적관찰연구인 Epidemiology of Diabetes Interventions and Complications (EDIC) 연구에서 철저한 혈당조절을 통한 미세혈관합병증 감소효과는 20년 이상 지속됨을 입증한 바 있다[2,3]. 특히 예방효과는 연구가 종료된 후 혈당조절 정도에 차이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었던 것을 통해 유산효과(legacy effect)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2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 Kumamoto 연구[4]와 UKPDS 연구[5,6]에서도 철저한 혈당조절은 미세혈관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고, UKPDS의 후속 추적관찰 연구에서 장기간 예방효과가 지속됨을 보여주었다. Kumamoto 연구에서 철저한 혈당조절군은 공복혈당 140 mg/dL 미만, 식후 2시간 혈당 200 mg/dL 미만, 당화혈색소 7.0% 미만을 목표로 하였고, 실제 달성한 당화혈색소 수치는 철저한 혈당조절군에서 7.1%였다. 6년의 연구기간 동안 망막병증은 69% 감소, 신증은 70% 감소, 그리고 신경전도속도의 개선을 보고하였다. 연구자는 미세혈관합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당화혈색소 수치를 6.5%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제시하였다.

UKPDS 연구는 기본적으로 설폰요소제나 인슐린을 통해 적극적인 혈당조절의 효과를 본 연구(UKPDS33)와 과체중군에서 메트포르민의 효과를 본 연구(UKPDS34)로 구분된다. UKPDS 연구에서 철저한 혈당조절의 기준은 공복혈당 6.0 mmol/L (108 mg/dL) 미만으로 삼았으며, 설폰요소제/인슐린연구에서 달성한 당화혈색소 수치는 7.0% (대조군 7.9%), 메트포르민 연구 에서는 7.4% (대조군 8.0%)였다. 10년 연구기간 동안 설폰요소제/인슐린연구에서 철저한 혈당 조절을 통해 미세혈관합병증을 25% 감소 시켰으며, 메트포르민 연구에서는 망막병증의 감소 경향을 보였다.

이상의 세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당화혈색소 수치를 7.0%가 되도록 혈당조절을 한 경우 8.0-9.0%로 조절한 경우에 비해 미세혈관합병증을 의미있게 감소시킬 수 있음이 입증되었으며, UKPDS 관찰 연구에 따르면 혈당조절과 미세혈관합병증은 역치가 없는 상관관계를 보였다. 당화혈색소를 1.0% 감소시킬 때 미세혈관합병증이 37% 감소하였고, 당화혈색소 6% 미만 구간에서 미세혈관합병증이 가장 낮음을 보여주었다.

거의 정상혈당 수준의 혈당조절이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한 ACCORD [9], ADVANCE, VADT 연구에서도 일부 미세혈관합병증의 예방효과가 입증되었다. 철저한 혈당조절군에서 달성된 당화혈색소 수치는 ACCORD 연구에서 6.4% (대조군 7.5%), ADVANCE 연구에서 6.5% (대조군 7.3%), VADT 연구에서 6.9% (대조군 8.4%)였다. ACCORD 연구에서 알부민뇨 발생 위험을 15-28% 감소시키고 신경병증 관련 지표의 개선이 일부 관찰되었으나, 혈당조절을 통한 종합적인 미세혈관합병증 감소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DVANCE 연구에서 미세혈관합병증을 14% 감소시켰는데, 이는 신증 발생 위험을 21% 감소시킨 것에 기인하였고 망막병증에 대한 효과는 없었다. VADT 연구에서 미세혈관합병증 예방효과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알부민뇨의 발생과 진행에 일부 효과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환자에게서 철저한 혈당조절은 미세혈관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혈당조절 정도에 대한 역치없이 정상혈당에 가까울수록 예방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ADVANCE 연구에서 미세혈관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화혈색소는 6.5% 미만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혈당조절과 심혈관질환

제1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DCCT 연구에서는 대상자가 젊어 대혈관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철저한 혈당조절은 심혈관질환 및 말초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41% 줄였다. DCCT 연구 대상자를 추적 관찰한 EDIC 코호트연구에서 총 17년이 경과한 후 철저한 혈당조절을 한 대상자에게서 주요유해심혈관사건(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그리고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발생 위험이 57% 감소하였고, 27년간 추적한 사망통계에서는 전체 사망률이 33% 감소했다.

제2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UKPDS 연구에서 철저한 혈당조절은 심혈관질환(치명적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돌연사)의 발생 위험을,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16% 줄였다. 하지만 연구 종료 후 10년동안 추적관찰한 결과에서는 철저한 혈당조절을 한 환자에게서 심근경색증 발생률(설폰요소제/인슐린군에서 15%, 메트포르민군에서 33%)과 전체 사망률(각각 13%, 27%)이 의미있게 감소하였다.

UKPDS 연구가 당뇨병 진단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면 ACCORD, ADVANCE, VADT 연구는 당뇨병 유병기간이 8-11년 되는, 상대적으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또한 당화혈색소를 6.0-6.5% 미만으로, UKPDS 연구보다 더 철저한 혈당조절을 시도하였다. 단기간 연구에서 철저한 혈당조절은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발생 감소효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ACCORD 연구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사망 위험이 1.22배(연간 1.41% vs. 1.14%) 의미있게 증가해 연구가 조기 종료되었다[15].

ADVANCE 연구 대상자를 6년간 추적관찰한 ADVANCE-ON 연구에서도 심혈관질환에 대한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고[16], VADT 연구 대상자를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는 주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7% 감소하는 결과(1,000인년당 8.6건 감소)를 보여주었지만 사망 위험에 차이는 없었다[17].

 

철저한 혈당조절의 문제점

DCCT 연구에서 철저한 혈당조절을 목표로 할 때 필연적으로 중증저혈당의 위험이 2-3배 증가했으며 [1], ACCORD 연구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중증저혈당, 체중증가, 체액저류의 위험이 의미있게 증가 하였다. 또한 ACCORD 연구와 코호트연구에서 심혈관질환 및 전체 사망 위험을 증가시켰다. VADT 연구대상자를 분석했을 때, 당뇨병 유병기간이 15년 미만인 환자에게서는 철저한 혈당조절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15년 이상 된 경우에는 해로울 수 있다고 하였다. 당화혈색소 6.0% 미만으로 혈당조절을 시도했던 ACCORD 연구자들은 정상혈당에 가까운 철저한 혈당조절이 미세혈관합병증의 예방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사망, 체중증가, 중증저혈당 등의 위험을 고려할 때 혈당 목표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결론

당뇨병환자에게서 미세혈관 또는 대혈관합병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해야 한다.

제2형 당뇨병환자의 혈당조절의 목표는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고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크지 않을 때는 더욱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미세혈관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저혈당의 위험이 적은 혈당강하제가 많기 때문에 이런 약제를 사용한 적극적인 혈당조절은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환자 상태나 목표의식을 고려하여 혈당조절 목표는 개별화하며,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위해 환자에게 체계적인 교육도 해야 한다.

한편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거나, 중증저혈당의 병력 또는 진행된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을 갖고 있거나, 기대여명이 짧거나, 나이가 많은 환자에게서는 저혈당, 체중증가, 사망 등 부작용발생 위험을 고려하여 혈당조절 목표를 개별화해야 한다. 제1형 당뇨병환자의 혈당조절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연구가 많지 않지만, DCCT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당화혈색소 7.0% 미만을 목표로 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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