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조금 빨리 태어난 이른둥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추진된다.

지난해 11월 대한신생아학회 학회장으로 취임한 김창렬 회장(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은 이른둥이들의 건강상태를 추적 관찰하고 나이와 질환에 따라 체계적인 소아재활을 받을 수 있는 정부 주도의 시스템 마련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른둥이 발달 검진에 대한 국내 표준화와 사회적 편견을 깨는 데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추적관찰->소아재활 이어지는 장기 추적 프로그램 필요

“국내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미숙아의 비율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른둥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추적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신생아 중 이른둥이(2500g 미만의 체중이거나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부르는 순우리말) 비율은 7.7%로 지난 2013년 6.5% 대비 1.2%p 증가했다. 만혼·난임·노산 등 영향으로 조산 확률이 높은 쌍둥이 출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비용 부담이 매우 컸지만 이제 거의 대부분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산정특례 혜택으로 부담이 매우 낮아져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신생아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 이른둥이는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장기 발달이 미숙해 여러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주로 만성폐질환, 뇌성마비, 청력 장애, 언어장애, 학습장애, 자폐증, ADHD 등이 나타난다.

이른둥이는 오감이 제대로 발달해야 뇌도 발달하는데,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기관이 퇴화해 추후 장애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발달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다양한 분야와 코웍을 통해 재활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적 프로그램은 꼭 필요한 것.

김 회장은 “어릴수록 뇌 유연성이 크기 때문에 뇌가 손상된 이른둥이도 치료하면 정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1500g 미만 아이들은 학동기 이전 빠른 시기에 재활과 추적 검사를 하면 매우 좋아지므로 추적관찰 및 지역에서 재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물론 대학병원마다 이른둥이 추적관찰 클리닉이 있지만, 낮은 소아재활 수가 및 인력 부족으로 운영이 힘들어 대부분 지역 보건소 센터나 사설기관에서 재활을 받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설기관의 경우 통합적 치료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경우 조기에 중개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나이별 검사와 이에 따라 재활, 물리치료, 언어치료가 같이 동반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이른둥이 국가관리 시스템 입법 마련에 주력

이에 김 회장은 임기동안 이러한 장기추적관리시스템을 만들고 국가에서 관리하도록 입법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계’라고 강조하는 김 회장. 실제 학회는 지난 2013년부터 대한신생아네트워크(KNN)로 출생 체중 1500g 이하의 극소저출생체중아에 대한 등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3년마다 국가 연구비를 받아서 운영되다 보니 언제 끊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늘 가슴을 졸이고 있는 현실이라고. 이에 이 사업을 앞으로 정부 주도로 안정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김 회장의 최우선적인 목표다.

“KNN에는 1500g 미만 모든 신생아들의 자료가 입력돼 있어서 생존율, 사망률 및 질환빈도, 장애비율이 모두 나온다”며 “그러나 문제는 이른둥이들이 퇴원하고 나서는 병원에 안 오는 것”이라며, “정부주도로 안정적으로 등록사업을 진행하고 퇴원 후에도 이른둥이들을 계속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이 꼭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숙아 발달 추적 테스트, 한국 기준 연구 및 마련

미국브라운대학 로드아일랜드 모자병원에서 신생아주산의학 전임의 및 임상강사로서 수련을 받은 바 있는 김 교수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치료 시스템 개선에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미숙아 발달 추적 테스트 부분이다. 현재는 미국 툴을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어서 언어 테스트 점수가 제대로 안 나온다는 것. “미국 테스트는 미국 언어와 놀이들 위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준의 검증과 표준화가 필요하다”며 “이 역시 학회가 개선하고 연구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학회는 2012년부터 매년 이른둥이 희망찾기 캠페인을 통해 이른둥이에 대한 편견 깨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미숙아라고 하면 생존률이 떨어지거나 장애인이 된다는 편견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며 “미숙아들도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캠페인을 통해 매년 이른둥이 부모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발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비를 줄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른둥이 부모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 중 하나가 RSV 예방접종 급여화 기준에 대한 부분이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데 대다수 아이는 자연 치유되지만 이른둥이에게는 큰 위험 될 수 있다”며 “쌍둥이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손위 첫째가 없어서 예방접종 지원 못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32주 미만의 이른둥이는 RSV 예방접종시 보험급여가 지원되지만, 32주에서 36주미만 이른둥이는 손위 형제자매가 있어야 보험급여가 지원 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쌍둥이 가정의 대부분은 난임 시술을 통한 초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RSV 예방접종에 100만 원 이상 자비부담이 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급여를 제안하고 있다”면서 “이른둥이의 생존에 절실한 예방접종은 해주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김 회장은 이른둥이 부모들을 위한 질환 안내 책자도 임기 중 제작할 받침이다. 현재 각 병원마다 책자가 있지만, 이를 통합해 전국적으로 배포하는 것이 목표다. 

미숙아 치료는 공공의료적인 영역이면서, 또 다학제가 필요한 분야이다. 이에 김 회장은 이러한 미숙아 치료의 구심점이 되는 단체들이 협력해서 미숙아들의 장애를 줄이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고 새해 소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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