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가정의학회가 학회 창립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가정의학회를 서울서 개최한다.

오는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일차의료 강화를 통한 세계인의 건강증진’이라는 내용이 담긴 ‘서울선언문’이 선포될 예정이다. 이덕철 이사장은 이를 계기로 ‘전국민 주치의 갖기 캠페인’을 활발히 펼치는 등 1차의료의 중심자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간다는 다짐이다.  

일차의료 강화 전세계인 건강증진 담은 ‘서울선언문’ 선언

“우리나라에서 가정의학회가 생긴지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학술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합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서울선언문 선포를 통해 세계인의 건강증진을 돕는 일차의료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설립 38년, 세계가정의학회 정회원 가입 35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큰 WONCA 세계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번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WONCA에서 주목되는 점은 일차의료와 관련한 ‘서울선언문’의 선포다.

“세계적으로 일차의료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선진국들도 이러한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고령화, 만성질환 등 건강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봐야 하기 때문에, 일차의료 전문가를 양성하는 가정의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서울선언문에는 이러한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알리고 관련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 가정의학회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나라 중 하나라고. “서양의 홈닥터 같은 1차의료의 개념이 아시아에서는 정립이 잘 안 돼 있다”며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처럼 가정의학 전문의를 수련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나라 많지 않으므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아시아 리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6개의 기조강연과 220여 개의 워크숍·세미나, 100여 개의 기업과 기관 전시가 준비돼 있다. 현재 2100여 명이 사전등록을 마친 상태이고, 조직위는 당일 현장등록까지 포함해 3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차의료 정의 분명히 해야…‘포괄적 진료하는 주치의’ 돼야

올해 초 의료계 내부 이견으로 좌초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1차의료의 중심인 가정의학과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 이사장은 “의료전달체계는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며 “1차의료는 만성질환 등을 포괄 관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3차의료에서는 급성기 질병을 다루는 쪽으로 종별 의료영역이 확실히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1차의료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이사장.

“1차의료는 단순히 개원가를 총칭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원의라고 해도 단과 전문의의 경우 포괄적 진료를 원하면 리모델링을 통해 1차의료로 들어오고, 단과를 주로 보는 개원의라면 1차의료 주치의와 대학병원과 중간단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즉, 기존 개원의들이라도 포괄적 1차의료 기능을 원치 않으면 특정 단과 진료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1차의료에서도 단과 개원의에게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가정의학회는 1차의료의 핵심은 ‘주치의’가 돼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특히 이같은 주치의 제도는 형식이나 진료 과의 구분이 아니라 ‘기능’의 구분이라는 것.

즉, 주치의의 개념은 포괄적 진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여러 문제를 보아야 하므로 최초 접촉 의사라야 한다는 점, 그 다음 중요한 요소는 지속성과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하는 이 이사장. “주치의는 하나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한 명을 맡아서 건강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환자 편에서 생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따라서 “어떤 문제라도 상담할 수 있고 문제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길을 자문해 주고 의뢰해 주는 조정자 역할”이라며, “가정의학과 뿐 아니라 어떤 과에서도 이러한 역할을 하면 주치의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가정의학회는 ‘질병’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고령화로 노인환자가 많아지면서 복합 만성질환이 늘고 있기 때문에 꼭 얼굴을 보지 않아도 치료가 지속될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며 “방문 진료를 비롯해 전화통화 등이 어우러질 때 더 좋은 방향으로 아웃컴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 “만성질환의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원격의료나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주치의 제도가 먼저 확립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국민 주치의 갖기 캠페인’ 박차 가한다

“이번 세계학술대회 개최를 기점으로 ‘전국민 주치의 갖기 캠페인’을 활발히 펼치려고 합니다. 학회가 나서서 바로 옆에서 나를 돌봐줄 수 있도록 환자들을 전국의 지역가정의들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이밖에도 어떤 것이 올바른 일차의료의 방향인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정책제안에 적극 나서는 한편,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이 이사장.

그는 “가정의학 전문의들이 능력은 많은데 국민 신뢰를 많이 받지 못해서 억울한 점이 있다”며 “이에 역량 중심의 수련교과 과목으로 개편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1차의료 질 표준화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1차의료의 중심이 의사회이므로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도 많은 교류를 통해 학회와 의사회가 함께 올바른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아픈 환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현실에서, 환자 편에서 자문 및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는 가정의학회가 국민들의 최일선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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