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의 등장에 의료진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

그간 GLP-1은 같은 인크레틴 기반의 치료제인 DPP-4억제제에 밀리며 핵심 치료제로 자리를 잡지 못해왔다. GLP-1(glucagon like peptide-1)이 포도당 자극에 대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 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분비 1~2분만에 dipeptidyl peptidase-IV (DPP-4)에 의해 빠르게 비활성화 되는 만큼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이 더욱 선호되었기 때문. 이에 더해 GLP-1은 DPP-4 억제제 대비 구토나 설사,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 발현 빈도가 높을 뿐더러, 주사제라는 거부감까지 더해지면서 근근히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저혈당 리스크와 체중 감소라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당뇨 치료의 차세대 대안으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이하 ADA)와 미국임상내분비학회(이하 AACE)에서는 메트포르민 이후 2차 약제로 GLP-1을 가장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제 2형 당뇨병 약제 치료지침 2017'을 통해 GLP-1에 높은 권고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GLP-1에 대한 진료 현장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국내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A 교수는 "GLP-1은 좋은 약임에도 불구하고 주사제라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서 외면을 받아 왔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거나, 차치할 정도의 베네핏을 보유한 제품들이 등장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에타(성분명 엑세나타이드)와 노보노디스크의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GSK의 이페르잔(성분명 알비글루타이드), 사노피의 릭수미아(성분명 릭시세나타이드) 등 지난 10여 년동안 국내에 출시된 GLP-1 제품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릴리의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 사노피의 솔리쿠아(성분명 인슐린글라진+릭시세나티드) 등 새로운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GLP-1의 위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A 교수는 "주 1회 투여하는 트루리시티는 주사제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이며 출시 초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다"며 "솔리쿠아는 기저인슐린의 저혈당 발생 위험 및 체중 증가와 GLP-1의 위장관계 부작용의 단점을 서로 보완하는 약물로 출시 전부터 의료진들의 큰 기대를 많아 온 약물"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B 교수는 "GLP-1은 가격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딱히 단점을 꼽기가 어렵다"며 "혈당 강하 효과에 심혈관계 보호 효과, 저혈당 및 체중 감소 효과 등 당뇨 치료제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약물"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미 미국에서는 GLP-1을 SGLT-2 억제제나 DPP-4 억제제보다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GLP-1의 중요도는 점차 증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비만치료제로 출시된 GLP-1제제 삭센다 역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다른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C 교수는 "삭센다는 체중 감소 효과 뿐만 아니라 당뇨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약물"이라며 "AACE에서는 당뇨 전 단계의 초고위험군에서 삭센다를 쓰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향정신성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점도 삭센다 인기의 한 원인"이라며 "현재 개원가에서는 삭센다를 없어서 못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듯 GLP-1이 각광을 받게 됨에 따라 GLP-1을 활용한 당뇨 치료 조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D 교수는 "최근 다양한 치료제들의 조합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GLP-1을 활용한 조합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기저인슐린+GLP-1을 비롯하여 GLP-1+SGLT-2+TZD 등과 같이 각 계열 약물들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제제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경구용 제제까지 출시된다면, GLP-1은 당뇨 치료에 있어 새로운 시장을 형성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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