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담배를 줄이면 암 예방 효과는 있어도 심혈관질환 위험은 줄어들지 않으며, 금연만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종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건강학회(이사장 윤영호)는 21일 서울의대 행정관에서 창립총회 및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는 ‘흡연자가 금연/감연 후 나타나는 건강영향 : 심혈관질환과 암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흡연의 건강 위해는 잘 알려져 있다. 흡연은 다양한 암 발생의 원인이며, 폐암, 위암, 위암,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췌장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다.

또한 심혈관질환과 각종 암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며, 비록 적은 양의 담배를 피우더라도 흡연량 증가에 따라 허혈성 심장 질환과 암 발생의 위험은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흡연량이 늘어나면서 심혈관질환의 위험 상승의 정도는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폐암 위험이 지속적으로 상승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마찬가지로 흡연량 증가로 인한 암, 특히 폐암 관련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률 상승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담배를 적게 피운다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우에 비해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 등 심뇌혈관 발생의 위험이 얼마나 될까?

하루에 1개비 피운다면 하루 한 갑 피우는 경우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이 절반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 갑 흡연자 대비 소량 흡연자의 심뇌혈관 발생 위험은 여자보다 남자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한편 흡연자에 비해 금연자의 심장마비 발생 위험이나 사망 위험이 낮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금연하면 심근경색의 발병위험을 줄이는 것과는 달리, 담배 양을 줄이는 것으로는 발생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 교수는 “여러 연구들에서 비교적 이러한 일관된 결과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면서 “즉, 금연은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줄이나, 흡연량 줄이기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암은 조금 다르다. 흡연량을 줄이는 ‘감연’만으로도 건강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최근 건강보험공단의 한국인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결과에서 감연 후 전체 암, 흡연 관련 암 및 폐암 발생 위험도가 지속 흡연자보다 감소한다는 결과가 보고된바 있다.

그렇다면 금연후 식욕억제, 에너지소비증가 등의 역할을 하는 니코틴의 작용이 없어지면서 체중이 늘거나 혈당이 오르는 등의 변화가 동반되는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심혈관 질환에 대한 효과는 어떨까?

우리나라 40세 이상 남성에서 시행된 몇 개의 연구에서 담배를 끊고 나서 설령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심뇌혈관 질환(심근경색, 뇌졸중)의 위험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연후 혈당은 증가해도 심혈관 질환 발병은 크게 감소했으며, 금여 후 혈당 증가는 금연의 이러한 건강효과를 약화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결론적으로 이 교수는 “담배는 적게 피우더라도 건강에 미치는 해악은 분명하고, 흡연량이 조금씩만 더 늘어나더라도 그 위험성이 더욱 증가한다”며 “또한, 흡연량 줄이기로 암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나 심뇌혈관 질환에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금연 후 체중 증가나 혈당 증가 등의 동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금연의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효과는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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