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에 대한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이를 치료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교류를 위한 연구학회 ‘장바이오학회’가 지난 3일 창립총회 및 워크숍을 가졌다. 정상설 초대 회장 및 임원진을 만나 마이크로바이옴의 개념과 앞으로 학회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장바이오학회
대한장바이오학회

 

유전자 지도가 못한 맞춤치료, 장내 미생물 지도가 도전

“암환자의 경우 수술 후에도 우울, 불안 등 많은 문제점들이 생긴다. 이는 장내 미생물과 연관 돼있다는 연구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치료제는 현재 건강식품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에 학회는 임상의사-연구자-산업계가 모여 상호정보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정상설 회장(분당차병원 외과)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미국이 항암제 시장을 끌고 갔으며, 그런 과정 중 유전자 지도도 만들게 됐다. 그러나 유전자 지도가 있어도 맞춤치료가 잘 되지는 않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유전자 정보의 80%는 장 내에 있다는 것이며, 이에 의료계가 장내 미생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 회장은 “아직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에 대한 국내 연구 실정은 걸음마 수준이며, 장내 미생물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는 전무하고 기껏해야 유산균 연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정도로는 안 된다”며 “장내 미생물총에 대한 지도를 만들어야 정밀의학의 선두권을 가질 수 있다”면서 “장내 미생물총 지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공인된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재호 학술이사(세브란스병원 외과)는 “의료에는 진단과 치료로 구성되는데, 유전체 분석 등 진단이 발전해도 모두 치료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질병 치료에 있어 몸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간과하고 있었다”면서 “학회는 장내 미생물총을 활용해 건강을 증진시키고, 난치병, 만성 면역질환을 치료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장바이오학회 정재호 학술이사
대한장바이오학회 정재호 학술이사

한편 학회 임원진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에서만 노력해서는 안 되며, 의사-연구자- 산업계가 융해서 각각의 전문성이 합쳐지는 장치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도 미생물에 대한 정책을 빨리 확립할 것을 촉구하며, 앞으로 국가적인 융합 연구가 필요하므로 정부가 관심을 갖고 연구 기반 마련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립하는 유산균, 근거 정립해야

한편, 임원진은 시중에 난립하는 유산균 제품들에 대해서도 근거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시중에 유산균 제품들이 너무 많다. 암 환자들이 수술후 광고만 보고 많은 유산균 제제들을 먹고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안 된다”며 “유산균들도 에비던스를 만들어서 원하는 환자들에게 합리적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도 학회가 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같이 유산균에 대한 학술적 근거를 정립하고 검증을 통해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학술대회에 관련 세션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 학술이사는 “시중의 건강기능 식품을 배척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건기식품 정보가 잘 못 전달되어 환자들이 개똥쑥을 먹고 황달이 오는 것 같은 일은 막아야 한다”며 “적어도 어떤 의약품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한편, 창립총회에는 장명호(오사카대학), 천종식(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천랩), 고광표(서울대학교 환경보건학과·고바이오랩), 성문희(국민대학교) 교수 등 우리나라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이끌어 가는 연구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학회는 올 가을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해외 저명 인사들을 초청해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추후 재단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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