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바이러스의 복제 감염력을 제거해 암치료에 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 치료 분야가 국내서도 본격 연구될 전망이다.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창립 및 제1회 항암바이러스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21일 명지병원에서 열렸다. 초대회장을 맡은 이왕준(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이사장) 회장은 산학이 함께 항암바이러스 치료분야의 연구 및 임상 기반을 만들어 아시아를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산.학.연 힘 모아 항암바이러스 분야 아시아 선도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이왕준 초대회장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이왕준 초대회장

“암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면역 항암제에 항암바이러스 치료를 합쳐 시너지를 높이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죠. 이러한 ‘뉴 호라이즌 항암치료’가 암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입니다.”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로 암 세포를 공격해 치료하는 '항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정부과제 임상 시험을 준비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연구자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외 선진국들에 비하면 미약하고 의사들의 관심도 적다.

이러한 뉴 호라이즌 항암치료 분야의 연구기반을 국내 정착시키고자 협회를 창립하게 됐다는 이 회장. “이 분야는 어느 바이러스의 파이프라인으로 갖느냐가 중요한데, 미국이 메이요 클리닉은 가장 많은 6종을 개발해서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신라젠이 천연두 백신에 사용되는 바이러스를 변형해 '펙사벡'이라는 제품을 개발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말기 간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펙사벡은 최근 고형암과 유방암, 연조직육종 등을 대상으로 옵디보, 여보이 등 다른 면역항암제와 병용치료 임상 결과 2배가량 치료효과가 증가했다는 중간 임상 결과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은 산·학·연의 협력을 위해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 학회가 아닌 협회로 창립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항암바이러스 분야는 미국, 유럽이 앞서가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보다 우리가 앞서있다”며 “산.학.연이 힘을 합치면 아시아에서 확실히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협회 발기인으로는 김만복 교수(단국의대)가 연구 개발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의 뜻을 같이하는 연구자들과 바이로큐어와 신라젠 등 국내 대표 항암바이러스 바이오 혁신신약개발 전문업체들 등 10여 명이 참여했다. 

앞으로 협회는 연구성과를 상용화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연결고리를 담당하고, 법적, 제도적, 정책적인 어려움의 현실적인 해결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바이러스에 특정유전자 삽입해 유익한 바이러스로

그렇다면 질병을 일으키는 줄만 알았던 바이러스가 어떻게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일까.

항암바이러스(Oncolytic or Oncotropic virus)란 복제가능(감염력) 바이러스로서 야생형 혹은 약독화된 바이러스를 선별해 암치료에 사용한다. 암치료나 암진단에 도움을 주는 특정유전자를 삽입해 암치료에 사용하는 유익한 바이러스로 이용하는 것.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신혁재 총무이사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신혁재 총무이사

일례로 암젠의 ‘임라직’은 헤르페스바이러스를 사용한 항암바이러스로서 2015년 피부암치료제로 FDA 승인되어 시판중이며, 여러 종류의 항암바이러스들이 주로 말기 암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및 임상개발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신혁재 총무이사는 “국내 의사들 사이에서도 바이러스를 치료제로 쓰는 데 아직 거부감이 많다. 이에 앞으로 대규모 임상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현재 국내사인 신라젠 펙사벡이 간암을 대상으로 3상임상 진행되고 있고, 대장암 간 전이 환자까지 임상에 들어가는 등 연구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협회가 임상연구, 제도 확립 등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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